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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적, 강압적 묘사 있음. 약수위. 트리거 요소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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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꿈에서는 남자의 얼굴이 좀 더 뚜렷하게 보여. 차가운 청회색의 눈동자와 금발의 머리를 가진 남자의 외모는 출중했지만, 나에게는 그저 공포의 대상일 뿐이었어. 남자가 물어. 쉐리, 미야노 시호가 어디 있냐고, 그리고 아카이 슈이치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물었어.

무서웠어. 이미 몇 대 맞은 몸이 아직까지도 아려 와서, 이번에도 대답하기를 거부하면 무슨 짓을 할지 두려워서. 그런데도 고개를 저었어. 나 하나 살고 싶다고 그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어. 남자가 굳은 얼굴로 손을 올려. 내리쳐진 뺨이 너무 아파. 입 안이 찢어진 듯 비렸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때리고, 뜨겁게 달군 쇳덩어리를 내 몸에 갖다 대며 웃어. 싫어, 끔찍해, 살려줘. 입을 꾹 다물며 연신 고개를 저었어.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꺼내들어. 남자의 손에, 약 하나가 들려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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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까지 밀어 넣어 묻어둔 기억이 떠오르는 건 한 순간이었다. 분명, 그때는 조직과의 결전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고, 어째서인지, 잘 숨겨져 있었어야 할 그 작은 아이가 조직에 끌려와 있었다. 자신의 허리까지도 오지 못하는, 그 작은 초등생이.

 

범상치 않은 아이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아이는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고, 그것을 조직에서 눈치 챈 것으로 보였다. 아이를 빼내고 싶었으나 버본은 일단 그것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섣불리 움직이다가는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아이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작은 몸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을 무표정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이를 고문하는 척 하며 단 둘이 남아 있을 때 입안에 물을 흘려보내주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아이의 몸이 너덜해질 쯤이 되어서야 기회가 찾아왔다. 아이가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조직을 거드는 척하며 너무 심한 짓을 당하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었으나, 그때만큼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이가 있는 곳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벗어나야 한다고, 반드시 구해줄 테니 조금만 더 견뎌달라는 자신의 말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대답은 못했지만 눈빛은 아직 별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은밀히 FBI, 경찰청과 함께 아이를 구하기 위한 접선을 끝낸 후에 다시 아이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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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괴로운 기억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골랐어. 두려움에 벌벌 떨리는 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축축했어. 맞아. 전부 꿈이야. 생각해보면 이상해. 내가 코난의 몸으로 조직에 끌려갔던 건 3년 전의 일이었는데 그게 왜 갑자기 떠오른 건지 모르겠어. 숨을 길게 내쉬며 몸을 일으키다 한 곳에 시선이 멈춰. 옆자리에, 누가 누워있던 흔적이 남아있어. , 동거하는 사람이 있었던가? 그런 건 전혀 기억에 없어. 빠르게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어.

 

신이치 군, 일어났어?”

 

앞치마로 맨 채로 빙긋 웃는 남자의 얼굴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얼굴이라서, 몸이 다시 떨려왔어. 나를 고문하고, 하이바라를 죽이려 했던 남자. 그런 남자가, 왜 쿠도 신이치를 아는 거야? 지금의 표정은 아무로 토오루에 가까웠지만 나는 그의 정체를 알아. 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려와.

버본... 뒷걸음질 치며 그의 코드네임을 입에 담았어. 남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어.

 

-

 

저에게 향하는 아이의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이 그저 생소했다. 그저 생소해서, 후루야는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겁에 질린 표정을 한동안 살펴보기만 했다. 신이치...?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부르자 신이치가 몸을 더욱 뒤로 물렸다. 아이의 반응에 후루야가 할 말을 잃고 신이치의 행동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후루야를 잔뜩 경계하며 조심히 행동하던 신이치가 행동을 멈춘 그의 행동에 의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다, 곧 기회라고 생각한 것인지, 옷 한 벌만을 챙겨 도망치듯 자신의 집에서 벗어났다.

선명한 두려움과 명백한 외면. 오랜만에 느껴지는 고독함은 지독하게 허전했고, 또한 불쾌했다.

 

후루야는 직장에서 일하는 내내 신이치의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중간 중간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후루야라는 이름에 의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던 아이는 버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이후에도 계속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자신을 차단하기라도 한 것인지 그는 전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후루야가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곁에 있던 동료들의 걱정에 찬 시선이 꽂혀왔지만 신경 쓰지 않고 제 앞에 놓인 서류로 시선을 박았다. 글자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서류를 와락, 제 손 안에서 구겼다.

 

“...후루야 씨, 괜찮으십니까?”

“...아니, 전혀.”

 

보다 못한 카자미가 안부를 물었지만 대답은 조금 의외의 것이었다. 이렇게나 쉽게 힘든 것을 내보이는 사람이었나. 카자미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힘드시면, 쉬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카자미의 제안에 후루야가 고개를 들었다,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미 그 눈은 글자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눈동자는 글자를 훑기라도 해보려는 듯 양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간다 해도 소용없어.”

무슨 일 있으십니까?”

“...확실히. 원인을 몰라서, 지금으로서는 해결할 수도 없어.”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 후루야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임을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카자미는 알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 그의 애인인 쿠도 신이치와 연관되어 있을 것임도 분명했지만, 또 그것이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어 뚜렷한 대답 또한 할 수 없었다. 제 손에 의해 서류가 구겨졌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는지. 여전히 구겨져 음영이 진 종이 하나를 펼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모습에 카자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극히도 당연하고 단순한 말이어서, 도리어 그의 화를 돋우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면서.

 

“...원인을, 찾을 수는 없는 겁니까?”

?”

 

찾을 수 있었다면 진즉에 찾았을 거라고 답하려던 후루야가 문득 입을 다물었다. 원인? 쿠도 신이치가 갑자기 자신을 버본과 겹쳐보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조직의 짓이라기엔 이미 3년이나 지난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3년이나 지나서 일어난 일이라면.

후루야의 머릿속에 한 여자가 떠올랐다. 나이를 먹지 않는 얼굴을 가진, 그 금발의 꺼림칙한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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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야? 란에게 갈 수는 없어. 그 녀석을 또다시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어. 그 남자 어째서인지 내 전화번호까지 알고 있어. 도대체 어디까지 아는 거야? 무엇을 위해 접근하는 거지?

나를, 어디까지 끌어내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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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조직원을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지금껏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던 만큼 불쾌함도 더했으나 일단은 신이치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면회를 위해 나온 베르무트는 3년 째 구금되어 있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자신에게는 그저 범죄자였을 뿐이었다. 불쾌한 기억을 상기시키는 여자와 굳이 얼굴을 오래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다. 본론부터 말하죠. 모든 인사말을 생략한 후루야가 입을 열었다.

 

신이치 군이 나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당신이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나 했더니, 실버블렛 이야기였어? 그의 얘기를 듣는 건 즐겁지만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찾은 거 같은데?”

─3년 전, 신이치 군이 조직에 끌려왔을 때 어떤 약을 먹었고, 해독제 역시 복용했지만 어째서인지 그 이후로 그는 조직에서 고문을 당했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죠. 그 약을 먹였던 건 당신 아닙니까?”

 

후루야의 말에 날이 서있다는 사실에 베르무트가 즐거운 듯이 웃었다. 그런 표정도 짓고, 상당히 소중한가봐?

 

대답부터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 그래.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Yes.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약을 먹인 건 진이었고 내가 먹여준 건 해독제였다고? 그는 해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니까.”

조직이 먹였던 약의 영향은 뭡니까?”

정신적인 고통. 조직이 자백을 받아낼 때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약이지. 그 약을 먹고 미쳐버린 사람도 적지 않아."

 

코난이 몸을 뒤틀며 괴로워하던 모습을 떠올린 후루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당시, 차라리 충격으로 그가 기억을 잃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아이는 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것을 잊은 것에 안심했었다. 아무런 후유증 없이 본래의 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것에 감사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은. 냉혹하게 굳은 후루야의 표정을 흥미롭게 보던 베르무트가 팔짱을 꼈다. 그 약의 영향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아.

 

"당신도 알다시피 그는 해독제를 먹었으니. 실제로도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었잖아?”

“...일단 당신도 달리 아는 건 없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 한 가지 짐작 가는 것을 이야기해준다면, 해독제에 부작용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조직에서 만든 약 아니었습니까?”

해독제를 사람에게 직접 먹인 건 그가 처음이었어.”

 

말이 끝맺기도 전에 후루야의 표정이 매섭게 변했다. 그런 불확실한 약을 먹였던 거냐는 질책이 담긴 표정을 마주한 베르무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것마저 없었으면 그는 진즉에 미쳤어. 베르무트의 말에 틀린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치밀어 오르는 울화에 후루야가 입을 다물며 그대로 면회실 밖으로 나갔다.

...흐응. 후루야의 뒷모습을 보던 베르무트가 조용히 비음을 흘렸다. 낯설지 않은,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던 것 같았다.

 

후루야는 꽤나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왔음에도 안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짧게 숨을 뱉었다. 갑갑하게 제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낸 채로 내버려둔 그가 그대로 소파 위로 몸을 떨어뜨렸다. 젠장. 아무리 고민해도 전혀 나오지 않는 해답에 그가 낮게 욕설을 뱉었다. 지쳐버린 몸을 기대며, 팔 하나를 들어 올려 제 눈을 가린 후루야가 화를 삭이려는 듯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던 후루야가 곧 제 몸을 일으켰다. 그의 성격상 버본인 자신이 이곳에 있으니 코난 때처럼 모리 란에게 찾아갔을 리는 없었다. 이곳은 신이치의 집이었으니 그가 따로 갈 곳도 없을 터였다.

...찾으러, 나가야해. 후루야가 다시 문을 열고 신이치를 찾으러 나갔다.


-

 

이 주변에 오래 있으면, 그가 쫓아올 걸 아는데도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 불안한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면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했어. 사람이 많은 곳은 무서워. 누군가 나를 알아보고, 다시 그에게 나를 끌고 갈 것만 같아. 주변을 살피며 지쳐버린 몸을 이끌고 목적지도 없이 그저 힘없이 걸어갔어. 저 앞에 웬 남자들이 보여.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해. 몇 번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하더니, 갑자기 나에게로 다가와. 머리에서 도망쳐야 한다고 명령을 내려. 그런데, 내가 도망칠 수 있는 곳이 있던가? 아니, 있을 리가 없어.

두려움에 굳어버린 몸을 그 남자들이 붙잡아. 나를 보고 비웃던 남자 하나가 옷 안에 손을 집어넣어. 싫어, 끔찍해. 도와줘. 몸을 숨겨야 하는데, 너무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싫다고 소리를 질러. 그 비명조차도 얼굴에 가해지는 타격과 입을 막는 큰 손에 의해 그대로 막혀버려.

남자가 내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어.

 

-

 

젠장, 젠장.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찾기 시작한 지 벌써 1시간 가까이 지났는데도 보이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후루야는 초조해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 이 주변에 있을 텐데도, 찾아내지 못하는 것에 미치도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거칠게 차오르는 숨에도 그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더 이상 그를 더 오래 방치해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조차 제대로 예상할 수 없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 안에까지 발을 들인 후루야가 주변을 살폈다. 이름을 불러 찾고 싶었으나 제 목소리를 들으면 아이가 도망갈 것을 알아 그럴 수도 없었다. 찾아낸다 하더라도 제대로 아이를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에 후루야가 제 입술을 깨물었다.

 

싫어!!! 만지지 마!!! ..!!”

신이치 군?!”

 

주변에서 들려오는 제 아이의 목소리에 후루야가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겨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 앞에 보이는 것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울고 있는 아이의 얼굴이라, 후루야는 이성이 끊기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남자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당황한 남자들이 자신들이 하려던 것도 잊고 신이치의 몸에서 손을 떼었지만 이미 후루야에게 그런 것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갑자기 몰려오는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와 답답함에, 제 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이미 기절한 남자들을 패고 나서야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멈춘 후루야가 고개를 돌려 신이치를 바라보았다. 반쯤 옷이 벗겨진 아이는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덜덜 떨며 울고 있었다. -여전히, ‘버본을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하하. 두려움에 잠식된 푸른 눈을 마주한 후루야가 웃음소리를 뱉었다. 이유는 몰랐지만 웃음 밖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나오는 건 웃음이었는데도 지독하게 비참했다. 즐거움 같은 건 전혀 담겨 있지 않은 공허한 웃음소리에 신이치가 몸을 떨며 뒤로 자신의 몸을 물렸다. 후루야가 제 손에 잡힌 남자의 멱살을 던지듯이 놓았다.

과거에 붙잡혀, 제대로 행동하고 있지 못한 건 네가 아니었어. 나였던 거야. 몸을 일으켜 신이치에게로 다가간 후루야가 그대로 신이치의 손목을 잡아챘다. . 강한 악력에 붙잡힌 고통에 신이치가 신음을 뱉었지만 후루야는 손에 쥔 힘을 풀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을 경계하는 아이의 눈에 시선을 빼앗긴 후루야가 입 꼬리를 끌어올려 다시 한 번 웃었다. 너는 그런 일을 당하는 것보다도 내 곁으로 돌아오는 걸 더 끔찍하게 여기는구나. 오늘 하루 동안 찾아내지 못한 방법을 이제야 찾은 듯 했다. 후루야가 배려 없는 손짓으로 신이치의 몸을 일으켜 그대로 그를 끌고 갔다.


..! 버본, 이거 놔..!! 아이가 손을 빼내려 반항하는 것을 느낀 그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아이의 손목에 멍이 들 것이 분명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대로 집까지 신이치를 끌고 오다시피 데려온 후루야가 신이치의 몸을 침대 위로 내던졌다. 부딪힌 몸에 신이치가 고통을 호소하는 사이 후루야가 그대로 신이치의 몸 위에 올라탔다. 크게 뜨이는 신이치의 눈에 후루야가 낮게 속삭였다. 어차피 망가질 거라면, 차라리 내 곁에서 망가지는 게 낫지 않아?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후루야의 목소리에 신이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남자들에 의해 강제로 드러나게 된 하얀 속살을 후루야가 손끝으로 쓸었다. 두려움에 먹혀버린 눈빛이 자신을 향했다. 마주한 순간 배신감이라는 가면을 쓴 욕망이 손 쓸 새도 없이 그를 잠식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행동한다면, 나는 버본일 수밖에 없으니까.

겁에 질린 아이의 버둥거리는 몸을 손으로 꾹 누르고 가는 두 손목을 한 손에 잡아 올렸다. 반항하는 두 다리를 제 무릎으로 찍어 누르자 애처로운 떨림이 전해졌다. 자신을 향한 탁해진 푸른 눈동자가 생소하면서도, 어딘가 익숙했다.

그게 버본을 대하던 코난의 눈빛이던가. 두려움을 마주한 버본이 즐거운 듯이 웃었다. 넥타이를 풀어 아이가 두 손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묶었다. 많이 아플지도 모르니까, 잘 견뎌봐 코난 군. 크게 뜨여진 눈에서 후둑, 결국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버본의 손이 아이의 옷을 잡아 뜯었다.


-

 

무서운 꿈을 꾸었어요. 얼굴은 보이지 않는 어떤 남자가, 제 몸을 누르고 억지로 몸을 더듬었어요.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아요. 다만 시리도록 차가웠다는 것만 기억이 나서, 너무 무서워서 그냥 계속 울었어요.

저항할 수도 없는 강한 힘으로 제 움직임을 구속한 그 남자는 제가 우는 걸 보고 웃음을 흘렸어요. 아프다고, 제발 멈춰달라고 울면서 빌었는데도 전혀 듣지 않고, 결국은 그 끔찍한 것을 제 안에 억지로 밀어 넣었어요. 미안해요, 후루야 씨. 당신 이외의 남자하고 잔다는 건 상상조차 안 해봤었는데 요즘 너무 힘들었나 봐요. 이렇게나 무서운 꿈도 꾸고 말이에요. 꿈 생각을 하면 아직까지도 머릿속이 새하얘질 정도로 무서웠지만, 이제는 무서운 생각은 그만두고 당신을 안고 싶어서 눈을 떴어요. 아직은 너무 이른 시간인가, 조용히 숨을 내쉬며 눈을 감고 있는 후루야 씨가 보여요.


...어라, 저 자면서 울기라도 했던 걸까요. 눈이 이상할 정도로 뜨겁고, 따가워요. 어제도 당신과 사랑을 나누었는지 실오라기 하나 없이 벗어진 몸보다 이 나이에 꿈 때문에 울었다는 사실이 더 부끄럽게 느껴져요.

자고 있는 후루야 씨의 얼굴을 만지려고 손을 뻗다, 욱신거리며 아파져서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며 잠시 움직임을 멈췄어요. 손목에 푸른 멍 자국이 보여요. 이상하네. 딱히 멍이 들 만한 일은 없었던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후루야 씨 얼굴도 굉장히 오랜만에 마주하는 기분이에요. .... 오랜만에 봐도 역시 잘생겼네요, 내 남자. 당신이 너무 좋아서 저도 모르게 후루야 씨, 이름을 부르면서 당신의 품 안에 파고들었어요. 이런 말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보고 싶었어요.

 

-

 

울고 애원하며 소리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일 법도 했으나 그것은 버본에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었다. 후루야 레이는 아파하는 아이의 모습에 같이 괴로워했을지 몰라도 버본에게는 그런 상냥함이 없었기 때문에. 버둥거리는 몸 안에 기어코 제 것을 삽입하고, 아이의 몸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거칠게 허리를 흔들고. 이미 한 번 욕구를 내보낸 제 것을 꺼냈다가 다시 밀어 넣는 행위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다만 아이가 기절하고 나서야 저의 넥타이로 단단히 묶인 손목이 안쓰러워져서, 그것을 풀고 땀에 젖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한 번 쓸고. 눈물에 젖은 얼굴을 바라보다가 결국 아이 곁에 몸을 눕혀 피곤한 눈을 붙였다. 눈을 떴을 때, 저를 혐오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볼 아이는 애써 생각 저편으로 밀어버린 채로.

그 날은 꿈을 꾸지 않았다. 꿈을 꾼다고 해도 보일 것은 차가운 눈을 한 아이였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꿈을 꾸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눈을 뜨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러지 못한 채 고집스레 눈을 꾹 감았다. 눈을 뜨면 자신은 후루야 레이일까, 버본일까.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어지러워진 사고에 머리가 아파왔다. 괴롭다는 생각에 다시 격해지려는 감정이 순간 느껴지는 제 안을 파고드는 온기에 순간 가라앉았다. 후루야 씨,라는 작은 속삭임이 들린 것도 같았다.

 

, 일어났네요.”

 

깨울 생각은 없었는데. 자신과 눈을 마주한, 두 팔로 제 등을 꼭 끌어안은 아이가 방싯 웃으며 말했다. 지난밤의 정사로 아이의 목소리는 심하게 갈라져있었으나 그런 건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이의 눈은 맑았다. ...신이치 군?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아이의 이름을 담았다. 후루야의 가슴에 제 볼을 기댄 아이가 대답했다. , 후루야 씨. 목소리에 적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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